아카데미편 한 권 초안 · 1–14장과 네 결말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정식 출간 전 검토본입니다.
공구를 반납하러 가는 길에 렌은 세 번 학생을 만났다.
첫 번째 학생은 상자가 무거워 보인다며 도와줄까 물었다. 렌은 괜찮다고 했다. 상자에는 작은 줄과 죔쇠, 남은 금속판과 표찰 세 장밖에 없었다. 상자 자체가 내용물보다 무거웠다.
두 번째 학생은 어느 수업으로 가느냐고 물었다. 렌은 설비동이라고 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다만 건물 이름을 수업 이름처럼 말하고 나서 상대가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조금 불편했다.
세 번째 학생은 관리인 오르와 같이 있는 렌을 본 적이 있었다.
“관리인 아저씨 도와주는 날이야?”
“반납하러 가는 거야.”
“나중에 실습실 의자도 한번 봐 줄 수 있어? 다리가—”
“나는 수리 담당이 아니야.”
학생은 말을 멈췄다. 단순히 아는 사람에게 물어본 얼굴이었다. 렌은 자기가 지나치게 빨리 대답했다는 것을 알았다.
“오르 씨에게 말해.”
학생은 알겠다고 하고 갔다. 렌은 상자를 다른 손으로 옮겼다. 토마가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더 크게 들렸다.
설비동은 유리탑 뒤편 낮은 건물에 붙어 있었다. 겉에서 보면 긴 지붕 하나였지만 안쪽에는 작업실, 반납 창고, 마나 설비 점검실이 따로 있었다. 학생이 들어갈 수 있는 곳에는 노란 선이 그어져 있었고, 허가가 필요한 문에는 자물쇠와 봉인이 함께 달려 있었다.
렌은 노란 선 안에서 기다렸다. 지난번 밤에는 자기 실수 때문에 서둘러 와서 그 선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 낮에 보니 군데군데 다시 칠한 흔적이 있었다. 사람이 자주 서는 곳부터 벗겨지는 모양이었다.
오르는 작업대에서 작은 문틀을 고치고 있었다. 렌이 인사를 하자 고개만 끄덕였다. 렌은 반납할 상자를 내려놓았다가 톱밥이 묻지 않게 한쪽으로 옮겼다.
“목록.” 오르가 말했다.
렌이 장부를 폈다. 토마가 줄과 죔쇠를 하나씩 꺼냈다. 오르는 줄의 이를 손톱으로 가볍게 훑고, 죔쇠를 끝까지 풀어 나사에 금속 가루가 남지 않았는지 봤다.
“씻었니?”
“가루 털고 솔로 닦았어요.” 토마가 말했다.
“잘했어. 물에 담그는 학생이 있어서.”
렌은 자기가 어젯밤 물통 옆에 줄을 놓았던 것을 말하지 않았다. 토마가 먼저 가져갔으므로 실제로 담그지는 않았다.
남은 금속판은 길이가 줄어 있었다. 오르는 사용한 양을 적고, 수업 발표에 들어간 소모품으로 처리할 확인란을 보여 주었다. 세라의 서명을 받아 오면 개인 비용으로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세라 조교가 승인한 발표였—”
렌이 말을 멈췄다.
오르가 그를 봤다.
“수업 발표였어요. 확인받아 올게요.”
오르는 종이를 넘겼다. 고쳐 말한 것을 칭찬하지 않았다. 그래서 렌도 방금 어떤 성장을 했다는 표정을 지을 필요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황동 표찰을 꺼냈다. 오르는 세 장을 나란히 놓고 앞뒤를 확인했다. 렌이 니아가 그린 그림도 함께 내밀었다. 그녀는 아침 식사 뒤에 자기 노트에서 그 페이지를 떼어 주었다. 지금은 수업 보충 기록을 제출하러 갔고, 렌에게 돌아오면 출처만 알려 달라고 했다.
“소품 상자에 섞여 있었어요.” 토마가 말했다.
오르는 입술을 누르며 손바닥으로 먼지를 쓸었다.
“교체품 회수 상자로 갔어야 하는데.”
“유리탑 거예요?” 렌이 물었다.
“부속 설비 쪽에서 쓰던 건 맞아. 어느 위치에서 뗐는지는 회수표를 봐야 해.”
“새 안내도하고 번호가 다른 것 같아요.”
오르는 그림을 가져가 표찰 옆에 놓았다. 한참 비교한 뒤 그림의 모서리에 확인 필요라고 적었다.
“글자나 번호가 다르면 먼저 묻는 게 맞지. 다르다고 바로 잘못 연결됐다는 뜻은 아니야. 표시 체계를 바꿨으면 다를 수도 있으니까.”
“수업 때 다른 표적에 불이 켜졌어요.”
“그 건은 점검 요청 들어왔어. 지금 이 셋이 그 제어판에서 떼어 낸 건지부터 확인해야 해.”
렌은 이미 이야기가 이어졌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오르는 가운데 빈자리를 남겨 놓았다. 토마는 그 빈자리를 메우려고 하지 않았다. 표찰의 앞뒤를 그린 종이에 소품 상자에서 발견한 날짜만 더 적었다.
오르는 세 장을 얕은 서랍에 넣고 회수품, 위치 확인 중이라고 썼다. 렌은 표찰을 내주고 나서야 나중에 보여 줄 물건이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다시 볼 수 있나요?”
“내가 있을 때 와. 가져갈 때도 적고.”
오르는 서랍 번호를 종이에 적어 토마에게 주었다. 증거를 빼앗아 숨기려는 사람이 아니라 없어진 부품을 더 찾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서류 확인을 받으러 토마가 세라의 사무실에 가기로 했다. 렌도 같이 나가려다가 반납 상자 안에 도구가 아직 남은 것을 보았다. 오르가 창고 문을 열었다.
“줄이랑 죔쇠는 관로 7번 반납함에 넣어 줘. 도구 꼬리표에 적혀 있어. 문 오른쪽에 지도 있고.”
토마가 렌을 봤다. 렌은 손잡이를 잡았다.
“찾을 수 있어.”
“모르면 물어봐.”
그 말은 기구를 대신 만지지 말라는 전날의 말과 비슷했다. 렌은 이번에는 알겠다고 했다.
반납 창고에는 세 갈래 통로가 있었다. 입구에서 정면으로 긴 선반 두 줄이 이어졌고, 오른쪽과 왼쪽 벽에도 낮은 반납함이 있었다. 통로 바닥에는 오래된 화살표가 남아 있었다. 입구에서 정면이 북쪽, 오른쪽이 동쪽이라고 작게 적혀 있었다. 천장 가까운 관에는 큰 숫자가 직접 새겨져 있었고 선반에는 그보다 새 종이 표찰이 붙어 있었다.
렌은 처음에 동쪽으로 갔다. 선반 위에 7이라고 쓴 새 종이가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납함은 손바닥만 했다. 줄이 대각선으로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넣으면 될지 생각하다가 상자 안에서 부러진 금속 다리를 본 기억이 났다. 일단 넣고 보면 되는 일은 아니었다.
도구 꼬리표를 다시 읽었다.
관로 7번 아래, 긴 손공구 반납.
‘7번’보다 앞에 글자가 더 있었다. 렌은 입구로 돌아갔다.
문 오른쪽의 지도는 오래된 나무판에 종이를 붙인 것이었다. 가장자리에 손자국이 많았다. 최근에 붙인 작은 안내문이 지도 오른쪽을 조금 가리고 있었지만 고개를 기울이면 읽을 수 있었다.
북쪽 벽의 굵은 관에는 7. 동쪽 벽의 가는 관에는 4. 서쪽 벽의 꺾인 관에는 2.
북쪽 아래 긴 손공구. 동쪽 아래 작은 부품. 서쪽 아래 직물과 덮개.
렌은 천장을 보았다. 북쪽 관의 숫자는 먼지에 가렸지만 아래쪽 곡선이 보였다. 동쪽 관에는 분명히 4가 새겨져 있었다. 그 아래 선반의 새 표찰은 7이었다. 누군가 선반을 옮기면서 종이도 같이 가져온 것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도에 적힌 관 번호와 지금 붙어 있는 칸 번호는 같은 기준이 아니었다. 어느 쪽을 따라야 할지는 꼬리표가 알려 주고 있었다.
렌은 정면과 오른쪽을 번갈아 보았다. 스스로 찾아낸 일이 되려면 여기에서 조금 더 생각해도 괜찮았다. 잘못 찾았으면 도구를 넣기 전에 돌아와 다시 확인하면 됐다. 문밖에서는 오르가 문틀을 대패로 미는 소리가 계속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