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편 한 권 초안 · 1–14장과 네 결말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정식 출간 전 검토본입니다.
왕립 아카데미 정문에는 줄이 두 개였다.
한쪽에는 은색 사슬이 둘러쳐져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없었다. 사슬이 없는 쪽 사람들이 더 오래 기다렸다.
렌은 당연히 은색 사슬 앞으로 갔다.
탁자 뒤의 직원이 손을 내밀었다.
“추천장.”
렌은 손을 잡았다.
직원은 잡힌 손을 내려다보았다. 렌도 내려다보았다. 뒤에 서 있던 소년이 기침했다.
“추천장을 달라는 뜻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렌이 손을 놓았다.
“먼저 인사드린 겁니다.”
직원은 손을 닦지도, 웃지도 않았다. 그저 여전히 빈 손을 내밀고 있었다.
렌은 코트 안주머니를 뒤졌다. 지원서를 한 번 꺼냈다가 넣고, 접은 지도도 꺼냈다가 넣었다. 추천장이 없다는 것은 출발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도시에 도착하고 나면, 추천장이라는 것이 조금 덜 중요해질 가능성은 있었다.
“실기로 대신할 수 있습니까?”
“일반 전형은 오른쪽입니다.”
“저는 일반적인 경우는 아닌데.”
직원이 오른쪽 줄의 맨 끝을 손으로 가리켰다.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은 거기에 스물일곱 명 더 있었다.
렌은 은색 사슬 밑으로 허리를 숙여 나왔다. 바로 뒤에 있던 소년은 펼치지도 않은 봉투를 건넸다. 봉투의 밀랍에 찍힌 문양을 본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렌은 그 장면을 오래 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서야 할 줄을 보았다. 앞사람의 짐 위에는 작은 도마뱀이 앉아 있었다. 꼬리 끝에 불이 붙어 있었는데, 주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가락으로 그 불을 끄고 있었다.
“그거 마법입니까?” 렌이 물었다.
주인이 돌아보았다.
“동물인데요.”
“불 끄는 거 말입니다.”
“젖은 손가락으로요.”
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시적이네요.”
주인은 대답하지 않고 손가락을 바지에 닦았다.
줄이 한 사람만큼 움직였다.
렌은 고향에서 가져온 추천장 없는 지원서를 다시 펴 보았다. 이름, 나이, 출신지까지는 자신 있게 썼다. 특기란에도 자신 있게 썼다. 담당자가 읽기 쉽도록 두 줄이나 썼다.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음.’
‘매우 무거운 것을 옮길 수 있음.’
두 번째 줄은 길에서 지웠다.
종이를 햇빛에 비추면 아직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