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편 한 권 초안 · 1–14장과 네 결말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정식 출간 전 검토본입니다.
두 번째 실습은 유리탑의 낮은 실습동에서 했다. 이름과 달리 탑 전체가 유리는 아니었다. 돌벽 사이로 투명한 판이 세로로 박혀 있었고, 안쪽 모형 무대는 발코니에서 내려다볼 수 있었다. 학생들이 보는 표적은 불에 타지 않는 모형이었다. 실제 불꽃을 그대로 키우는 대신, 주문의 방향과 유지 시간을 받아 빛과 작은 열 반응으로 보여 주는 시설이었다.
“오늘은 한 구역씩 쓴다.” 벨이 말했다. “자기 차례가 아니면 선 뒤에서 기다린다. 이 장치는 네 주문 대신 마나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 주문이 어디로 향했는지 확인할 뿐이다.”
세라는 입구의 점검표를 읽고 시간과 담당자를 적었다. 네모난 제어판 위에 A, B, C가 금빛으로 새겨져 있었다. B와 C 밑에는 사용 안 함이라는 가죽 덮개가 씌워져 있었다. 렌은 A 아래의 손잡이가 새것이라는 것을 보았다. 다른 손잡이와 색이 달랐고, 나사 홈에 닳은 흔적도 적었다. 그때는 깨끗한 손잡이라 만지기 좋은 정도로 생각했다.
실습동 안에는 수업에 쓰지 않는 종이 모형과 헝겊 덮개가 벽 한쪽에 쌓여 있었다. 렌은 천 끝이 학생들의 이동선에 나와 있는 것을 보고 발로 안쪽에 넣으려다 멈췄다. 아래에 가느다란 받침대가 비쳤다. 그는 덮개를 살짝 들고 받침대가 기울지 않게 들어 옮겼다.
“그건 청소할 때—”
세라가 말을 멈췄다. 천 밑에는 말린 갈대 모형도 있었다. 교육용 습지에 쓰는 재료였다.
“불 쪽에 너무 가까워요.” 렌이 말했다.
세라는 갈대를 보고 다른 조교에게 벽장 열쇠를 부탁했다. 렌은 칭찬을 기다리는 얼굴이 되지 않으려고 바로 돌아섰다. 그러면서도 그녀가 기록판에 무엇을 쓰는지는 보고 싶었다.
첫 학생이 선 안에 섰다. 작은 점화핵을 A 표적의 둥근 홈으로 보냈다. 제어판에서 낮은 울림이 났고 A의 중심에 불빛이 들어왔다. 세라는 시간을 세고 해제 신호를 주었다. 빛은 바로 꺼졌다.
두 번째 학생도 성공했다. 세 번째 학생은 주문을 너무 일찍 놓아 표적까지 닿지 않았다. 벨은 시작 지점을 반 걸음 옮기고 다시 해 보게 했다. 아무도 다그치지 않았다. 렌은 자신이 들어갈 수 없는 종류의 수정이 있다는 것을 보았다. 반 걸음과 한 호흡, 손가락의 각도. 누구든 고쳐 받을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이 부러웠다.
B 표적에 불이 켜졌다.
렌은 처음에 반사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A는 어두웠다. 가죽 덮개 아래의 B 표시등이 두 번 깜박였다. 바로 다음 순간 세라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시전자, 해제. 전원 선 뒤로.”
불꽃이 꺼졌다. 벨이 교탁 모양의 조작대 앞으로 가서 두 손으로 작은 원을 그렸다. 학생들이 있던 쪽에 얇은 방벽이 내려왔다. 가까이 있던 렌은 빛으로 된 벽의 표면이 피부에 닿기 전에 반 걸음 물러났다. 교수는 출력이 높은 주문을 쓰지 않았다. 먼저 학생과 설비 사이를 나누었다.
“B 공급 확인.”
“사용 안 함입니다.” 세라가 답했다. “표시 반응은 있었습니다. 가동 시각 열한 시 열일곱 분.”
“학생 주문 잔류?”
“해제됐습니다.”
두 사람의 질문과 답이 빨라졌다. 렌은 누가 잘못했는지 말하기 전에 사람들이 움직이는 순서를 보았다. 벨이 확인하지 않은 장치를 손대지 않았고, 세라도 교수의 방벽 밖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복도 쪽 학생 하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나 없는 사람이 안에 있어서 꼬인 거 아냐?”
렌은 고개를 돌렸다. 말을 한 학생은 렌이 들을 줄 몰랐는지 입을 다물었다.
“아니다.”
벨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
“주문을 공급하지 않은 사람이 옆에 서 있다고 표적이 바뀌지 않는다. 확인된 것만 말해라.”
그는 렌을 특별히 쳐다보지 않았다. 렌은 그 점이 좋았다. 변호를 받는 사람의 표정을 따로 짓지 않아도 되었다.
세라는 학생들을 차례대로 복도에 내보냈다. 누구도 손에 든 필기장을 챙기러 되돌아가지 못했다. 렌은 자기 기록판을 들고 있었고, 뒤로 물러서는 동안 모래시계가 멈춘 시각에 줄을 그었다. 시전자가 선을 바꾼 적 없다는 것도 적었다. 그 아래에 확실하지 않은 것은 적지 않았다.
토마가 제어판 쪽으로 목을 뺐다.
“방금 두 번째 불빛이—”
“본 위치에서 말해 줘요.” 세라가 말했다. “가까이 가서 다시 확인하지 말고.”
토마는 제자리에서 바닥의 줄을 가리켰다. B가 켜지기 직전 제어판 아래에서 딸깍 소리가 났다고 했다. 세라는 소리, 관측자 토마라고 적었다. 렌은 자기도 들었다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학생들이 동시에 움직여서 어떤 소리였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남은 수업은 교실에서 했다. 세라는 젖은 천으로 밀랍 접시를 닦게 했고 벨은 사고 기록과 실습 기록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실습 기록은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쓰는 것이고, 사고 기록은 알지 못하는 것도 남겨야 했다.
“원인 미확인은 빈칸이 아니다.”
교수는 칠판에 그 말을 썼다.
렌은 아래에서 손을 들었다.
“그럼 오늘 시도는 점수에서 빠집니까?”
옆자리 학생의 펜이 멎었다. 교실에서 그 질문을 기다리던 사람이 렌만은 아니었다.
“시설 이상이 확인된 시도는 재평가한다. 감점하지 않는다.”
“기록과 안전 확인도요?”
벨이 출석부를 펼쳤다.
“그건 했다. 따로 적겠다.”
렌은 질문을 잘한 사람처럼 천천히 손을 내렸다. 옆에서 누군가 책상을 손톱으로 두 번 두드렸다. 박수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렌이 다른 사람의 시연을 가릴 필요가 없었다.
수업이 끝난 뒤 그는 세라의 책상에 자기 기록을 놓았다. 종이 끝에 갈대 모형을 옮긴 일도 적혀 있었다. 나중에 넣은 문장은 조금 작았다.
세라는 읽다가 그 부분 옆에 점을 찍었다.
“이건 제가 봤어요.”
렌은 “그럼 아시겠네요”라고 할 뻔했다. 대신 종이를 놓고 손을 뗐다.
“아까 불꽃은 제 것이 아니었어요.”
“알아요.”
“일단 그렇게 적어 두시라고.”
세라는 잠깐 펜을 세웠다.
“아까 일은 시연으로 기록하지 않았어요. 내일 그 학생에게도 말해요.”
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사과를 했는데 다음 사과가 남았다는 것이 조금 부당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앞자리 학생은 자기에게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 렌은 그 이름을 물어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