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KOYO 원래 이야기

조장은 한 명이면 됩니다

아카데미편 한 권 초안 · 1–14장과 네 결말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정식 출간 전 검토본입니다.

렌은 세라에게 공구 대여 기록도 냈다. 제작표에 적힌 이름만으로 물건이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세라는 오르의 부품 제공을 확인하고 기록 맨 아래에 붙였다. 토마가 다음에는 미리 필요한 재료를 적어 가자고 하자 렌은 자기 실수로 다시 빌린 금속판의 길이 옆에 표시했다. 모든 발표가 끝난 뒤 벨은 학생들에게 자기 장치를 다른 조와 바꿔 써 보게 했다. 박수만 받고 끝낼 일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토마의 받침 앞에는 줄이 생겼다. 자기 손으로 점화핵을 안정시킨 학생은 기뻐했고, 자기 주문보다 탁자가 많이 흔들린다는 것을 알게 된 학생은 탁자 다리 밑에 종이를 끼웠다. 렌은 줄의 시작에 섰다. 아무도 안내를 부탁하지 않았지만 한 번에 한 사람씩 쓰게 할 누군가는 필요했다. 그는 처음 세 사람에게 이름을 물었다가 네 번째부터는 묻지 않았다. 명단을 만들 일이 아니었다. 한 학생이 렌에게 받침을 만든 사람이냐고 물었다. 렌은 토마를 가리켰다. “만든 사람은 저쪽. 쓰는 순서는 여기.” 학생이 토마에게 갔다. 렌은 자기 손에 남은 빈 종이를 접었다. 그러고 다음 사람을 불렀다. 예상했던 것보다 덜 아팠다. 아예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니었다. 세라는 발표 자료를 걷으며 제목을 확인했다. ‘흔들리지 않는 시작’ 아래의 긴 부제를 읽고 토마에게 어느 쪽을 보관 목록에 넣을지 물었다. 토마는 렌을 봤다. 렌은 잠깐 웃었다. “긴 거요. 나중에 창고에서 찾을 수 있게.” 세라는 그대로 적었다. 렌이 가방에서 꺼낸 배지는 쓰지 않았다. 두 개는 접착제가 말라 서로 붙어 있었다. 그는 붙은 것을 떼려다가 종이가 찢어질 것 같아 다시 넣었다. 소품을 정리할 때 천으로 싼 황동판 세 개가 나왔다. 토마는 수업용 부품과 섞이지 않게 작은 상자로 옮겼다. 렌은 그 판이 받침보다 무겁다는 것이 의외였다. 앞면에는 닳은 글자와 화살표, 뒤에는 작은 숫자가 있었다. 판마다 글자의 위치가 조금 달랐다. “오늘 돌려줄까?” 렌이 물었다. “공구 반납할 때 같이. 대여 장부에도 적어 두자.” 토마는 표찰 세 장이라고 썼다. 어디에 쓰였는지, 왜 바뀌었는지는 쓰지 않았다. 알고 있는 것은 상자에 섞여 있었다는 것뿐이었다. 복도로 나오자 다른 조 학생들이 발표를 한 번 더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렌은 발을 멈췄다. 토마도 멈췄다. 렌에게는 무대가 끝나도 잠깐 더 무대처럼 행동할 기회였다. 그는 장치가 담긴 상자를 들어 토마 쪽으로 돌렸다. “보면서 듣는 편이 쉬워.” 토마는 상자를 열었다. 이번에는 탁자도 단상도 없었다. 학생 셋이 복도 창턱에 모였고, 토마는 흰 깃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말을 더듬어도 누가 시간을 재지 않았다. 렌은 창가 벽에 기대어 기다렸다. 자기 소개를 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았다. 대신 사람들이 지나갈 공간을 조금 넓혀 주었다. 상자를 든 손이 무겁지는 않았다. 그날 밤 기숙사 문 옆에 발표 때 쓰던 표지판을 걸려던 렌은 토마가 침대에 누운 것을 보았다. 토마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잠든 것은 아니었다. “이거 달아도 될까?” 토마가 눈을 떴다. “밖에?” “안쪽.” “침대에서 보이는 데 말고.” 렌은 문 뒤에 걸었다. 문을 열면 표지판은 벽에 가려졌다. 다음 날 아침, 그는 문을 나서다가 그것을 한 번 보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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