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편 한 권 초안 · 1–14장과 네 결말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정식 출간 전 검토본입니다.
먼저 공용 탁자의 안내문을 치웠다. 빈 동그라미를 그리게 한 학생이 아직 근처에 있었다. 렌은 모임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아, 그래? 나 어차피 좀 늦을 것 같았어.”
렌은 안도해야 할지 서운해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남은 한 장도 방에서 떼어 냈다. 문 뒤에 붙어 있던 발표 표지판만 다시 보였다. 둘을 함께 걸어 두었을 때보다 훨씬 조용해 보였다.
토마에게는 쪽지를 썼다. 축하회 취소. 니아 쉬기로 함. 빵은 있음. 책상 위에 두려다가 토마가 작업실에 가 있다고 생각해 기숙사 입구의 전달함에 넣었다. 토마는 보통 저녁에 그곳을 확인했다. 렌은 방으로 돌아와 사과 조림 통을 열었다. 혼자 다 먹기에는 양이 많았다.
그는 순서표를 무릎 위에 놓았다.
개회 인사. 축하 한마디. 당사자의 소감. 다 함께 건배. 자유 대화.
당사자의 소감에 먼저 줄을 그었다. 그다음 축하 한마디. 개회 인사까지 지우고 나니 다 함께라는 말만 남았다. 렌은 그 말도 지웠다. 자유 대화는 혼자 할 수 없었다.
문밖에서 발소리가 나자 렌은 순서표를 뒤집었다. 에드가 왔을 가능성을 생각하고, 오지 않는다고 두 번 말한 사람을 자기 기대에 맞춰 다시 불러들이지 않으려 애썼다.
들어온 사람은 토마였다. 그는 옆구리에 부품 상자를 끼고 종이봉투를 들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렌은 잠깐 그를 보았다.
“취소됐어. 쪽지 못 봤어?”
“뒷계단으로 왔어.”
토마는 상자를 자기 책상에 놓았다. 봉투 안에는 작은 말린 배 조각이 있었다. 작업실 옆 가게에서 샀다고 했다. 렌은 봉투를 보다가 미안하다고 말했다.
“네 방에 오는 걸 굳이 초대하지 않아도 됐는데.”
“오는 건 상관없어. 책상이 비어 있으면 좋고.”
토마는 의자 하나를 끌어 앉았다. 렌은 남은 의자를 돌려주러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일어나면 혼자 준비한 자리를 너무 빨리 없애려는 것 같았다.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는 편이 토마에게는 나을지도 몰랐다. 그는 빵을 잘라 접시에 놓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조용히 먹었다. 토마는 사과 조림을 적게 덜었다가 맛을 보고 한 숟가락 더 덜었다. 렌은 그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저녁을 준비한 보람을 느꼈다. 누군가가 손뼉을 치거나 좋은 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할 필요는 없었다.
“니아가 싫대?” 토마가 물었다.
“모이는 걸.”
렌은 자기 이름을 문장에 넣지 않았다. 사실 확인이 필요한 차이였다.
토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지.”
렌은 그 말이 쉽게 나오는 것이 부러웠다.
니아가 문을 두드린 것은 두 사람이 두 번째 빵을 나눌 때였다.
렌은 거의 벌떡 일어났다. 자기 무릎에 있던 순서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종이를 줍기보다 먼저 문을 열었다.
니아는 책 두 권을 들고 있었다.
“내 노트 여기 있어? 발표 때 쓰던 파란 거.”
렌은 책상을 보았다. 토마가 공구 상자 옆에서 파란 표지를 찾아 건넸다. 니아는 안에 끼운 종이를 확인하고 가방에 넣었다.
그녀는 빌린 의자와 잔을 보았다. 렌은 이것이 아무 일도 아니라는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대신 통을 가리켰다.
“빵은 남았어. 가져가도 돼.”
니아가 사과 조림을 보았다. 배고픈 사람의 표정이었다.
“그럼 조금만.”
렌은 빈 종이를 찾았다. 토마가 음식에 쓰는 포장지를 봉투 밑에서 꺼내 주었다. 니아는 문 안에 들어와 빵이 싸이는 것을 기다렸다. 토마가 봉투를 벌리다 책상 끝의 나사통을 팔꿈치로 밀었다. 렌이 손을 뻗어 받았다. 나사는 한 개도 떨어지지 않았다.
니아가 짧게 웃었다.
“이 방에서는 쉬기 어렵겠다.”
토마는 나사통을 책상 가운데로 옮겼다.
“조용할 때는 조용해.”
니아는 비어 있는 의자를 보았다. 렌은 앉으라고 먼저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의자를 손끝으로 당겼다.
“십 분만 앉아 있어도 돼? 다시 내려가기가 귀찮아졌어.”
“응.”
렌은 그 뒤에 원래 모임도 짧게 할 예정이었다고 붙이지 않았다. 바닥의 순서표를 발로 밀어 침대 아래에 넣지도 않았다. 주워서 뒤집은 채 자기 책상에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