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KOYO 원래 이야기

초대받지 않은 축하회

아카데미편 한 권 초안 · 1–14장과 네 결말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정식 출간 전 검토본입니다.

셋이 앉자 방이 꽉 찼다. 네 사람을 불렀으면 누군가는 계속 문을 열고 닫아야 했을 것이다. 렌은 말없이 잔 세 개에 물을 따랐다. 에드가 말한 대로 차가운 물이었다. 니아는 맑은 잔을 잠깐 들어 보았다. “우리 식당 잔 아니네.” “에드가 빌려줬어.” “잘 씻어 돌려줘야겠다.” 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한 건 누가 와 주었는지의 목록이 아니라 내일 돌려줄 잔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니아는 첫 조각을 먹고 눈을 감았다. 렌은 맛이 어떠냐고 묻지 않았다. 두 번째 조각을 집었으므로 알아볼 수 있었다. 토마는 부품 상자를 의자 밑으로 밀고 발을 뻗었다. 그 바람에 상자 뚜껑이 조금 열렸다. 천에 싸 둔 황동판 하나가 나왔다. 토마는 손으로 집어 책상 위에 놓았다. 니아의 잔 밑에 물기가 맺혔다. 렌은 판을 집어 잔 받침처럼 내려놓으려 했다. 토마가 손을 뻗었다. “돌려줄 거야.” 렌은 판을 뒤집어 보았다. “물은 안 스며들잖아.” 니아가 잔을 들었다. 판의 앞면이 드러났다. 그녀는 닳은 글자와 뒤쪽에 찍힌 숫자를 번갈아 보았다. “이거 어디서 났어?” “소품 상자.” 토마가 말했다. “교체한 표찰이래. 오르 씨한테 줄 거야.” 니아는 파란 노트를 다시 꺼냈다. 렌은 방금 공부하지 않겠다는 말을 상기시켜야 할지 망설였다. 니아가 스스로 펼친 노트였으므로 그는 기다렸다. 노트 안에는 이번 주 시설 안내도를 베낀 페이지가 있었다. A, B, C 아래에 보조 번호가 작게 적혀 있었다. 니아는 판의 닳은 면을 손수건으로 가볍게 닦고 도면을 옆에 놓았다. “번호 붙은 위치가 달라.” “바꾼 거니까?” 렌이 말했다. “그럴 수도 있어. 표찰만 다르게 썼을 수도 있고. 이게 어디에 달렸던 건지도 모르잖아.” 토마는 남은 두 장을 꺼냈다. 각 판의 구멍 간격이 같지 않았다. 하나는 모서리가 비스듬히 닳아 있었다. 니아는 그것들을 순서대로 늘어놓지 않았다. 대신 종이에 앞면과 뒷면을 함께 그렸다. “수업 때 A로 보낸 게 B에서 켜졌지.” 렌이 말했다. 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문제인지 아직 몰라.” 말한 사람이 먼저 선을 그었다. 렌은 그 점이 마음에 들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뭔가를 알아냈다는 기분은 여럿이 함께 느끼기 좋은 것이었고, 아직 모른다는 말은 금방 방을 작게 만들었다. 토마가 표찰의 숫자에 손톱을 대려다 멈췄다. “사진 대신 문질러 뜰까?” “원래 표면은 그대로 두자.” 니아가 말했다. “일단 출처부터 물어보면 돼.” 렌은 대여 장부에 표찰 출처 확인이라고 적었다. 그가 종이를 토마에게 보여 주자 토마는 바로 아래에 세 장이라고 한 번 더 적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먼저 남기는 방식이었다. 니아는 노트를 닫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렌은 다음 말을 꺼내지 않았다. 세라에게 보여 줄까, 교수에게 말할까, 자신이 확인 책임을 맡을까 하는 생각은 내일까지 기다릴 수 있었다. 그는 표찰을 천에 다시 싸고 잔 밑에는 음식 포장지에서 잘라 낸 깨끗한 종이를 깔았다. 대화는 이상하게 작은 쪽으로 돌아갔다. 토마가 세탁실의 새 건조 주문 때문에 양말 길이가 달라졌다고 했다. 니아는 같은 곳에 맡긴 수건이 처음보다 두꺼워진 것 같다고 했다. 렌은 두 현상이 서로 관계있는 것처럼 진지하게 생각하다가 토마의 양말을 보았다. 한쪽만 위로 말아 신은 것이었다. “원래 길이가 다른 거 아냐?” 토마가 다리를 내렸다. “그래서 지금까지 말 안 했어.” 니아가 웃었다. 렌도 웃었다. 토마는 자기 발을 안쪽으로 접었다가 결국 같이 웃었다. 누구도 방금 웃음을 행사에 넣으려 하지 않았다. 렌은 사과 조림을 더 덜어 주려다 물었다. “더 먹을래?” 니아는 조금만이라고 했다. 렌은 정말 조금만 담았다. 니아는 십 분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렌은 시계를 보지 않았다. 그녀가 빈 접시를 들자 그는 설거지는 자신이 하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도움을 준 사람이 생색을 낼 기회가 생긴다는 생각보다 빌린 잔을 자기 책임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평가 준비할 때 뭐가 제일 어려웠어?” 렌은 묻다가 입을 다물었다. 이미 말해 버린 뒤였다. 니아는 신발을 신으며 그를 봤다. “내일 물어봐.” “그래.” 그녀는 문 앞에서 작은 봉투를 들어 보였다. 남은 빵 두 조각이 들어 있었다. “이건 고마워.” 렌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무엇에 대한 고마움인지 알았다. 니아가 가고 난 뒤 토마는 의자를 반납하러 갔다. 렌은 잔을 씻었다. 여섯 개 가운데 세 개는 쓰지도 않았다. 그래도 같은 선반에 있었으니 먼지를 닦아 천으로 감쌌다. 물을 털려고 잔을 흔들지 않고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 책상 위 순서표를 정리하다가 그는 비어 있는 뒷면을 보았다. 아직 충분히 쓸 수 있는 종이였다. 그 뒷면에 내일 할 일을 적었다. 잔 반납. 의자 수 확인. 공구와 표찰 세 장. 조금 생각한 뒤 맨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니아에게 물어보기 전에, 오늘 말하고 싶은 날인지 먼저 묻기. 그 문장은 길어서 줄 끝을 넘어갔다. 렌은 종이를 돌려 나머지를 옆에 썼다. 토마가 돌아와 무엇을 쓰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일정이라고만 말했다. 불을 끈 뒤에도 방 안에는 사과 냄새가 조금 남았다. 렌은 오늘을 성공한 축하회로 부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실패한 저녁도 아니었다. 내일 잔을 돌려줄 때 에드에게 그 정도로 말하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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