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KOYO 원래 이야기

창고의 지도

아카데미편 한 권 초안 · 1–14장과 네 결말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정식 출간 전 검토본입니다.

오르는 반납을 확인하고 동쪽 선반의 새 종이 표찰을 떼었다. 뒤집어 빈 면에 작은 부품이라고 써 붙였다. “어제 선반을 옮겼어요?” 렌이 물었다. “누수 때문에. 물건이랑 칸을 같이 옮겼다가 표찰을 안 바꿨네.” 오르는 자기 장부에도 수정했다고 적었다. 별일 아닌 실수라는 식으로 웃지 않았다. 렌에게 함이 작으면 적당히 다른 데 넣으라고 하지도 않았다. “누구나 틀리네요.” 렌이 말했다. 오르는 펜을 내려놓고 렌을 봤다. “그래서 찾은 사람이 말해 주는 거지.” 렌은 그 말을 오래 기억할 것 같았다. 그때 복도에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 전 의자 수리를 부탁한 학생과 다른 학생 둘이 장비 대여증을 들고 왔다. 렌이 창고 안에서 나오자 그 학생이 아는 척했다. “거기 있었네. 아까 의자는 선생님한테 말했어.” 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 하나가 오르에게 큰 받침대를 꺼내 달라고 했다. 오르는 대여증을 읽고 렌 쪽을 향했다. “끝에 있는 틀 좀 잡아 줘. 아래 받침 뺄 동안만.” 렌은 학생들을 보았다. 학생들도 렌을 봤다. 오래 걸리지 않는 부탁이었다. 그는 상자를 내려놓았다. “전 수업 과제 반납하러 온 겁니다.” 작업실이 조용해졌다. 오르는 대여증을 다시 접어 받침대 위에 놓았다. “알아. 그래서 부탁했어. 못 하면 기다렸다 다른 사람 부를게.” 렌은 자기 말이 어떤 뜻으로 들렸는지 너무 정확하게 알았다. 학생이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다른 일을 하는 사람 옆에서 일하지 않겠다고 한 셈이었다. 그는 바로 농담을 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잡을게요.” 오르는 렌에게 틀의 양쪽을 보여 주었다. 어느 면을 잡아야 손가락이 끼지 않는지 먼저 설명했다. 렌은 설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받침대를 꺼내는 일은 금방 끝났다. 학생들은 물건을 가져가며 고맙다고 했다. 렌은 자기에게 한 인사인지 오르에게 한 인사인지 나누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들이 떠난 뒤 오르는 남은 받침을 다시 끼웠다. 렌이 먼저 말했다. “아까는 그렇게 말할 일이 아니었어요.” “응.” “저 학생들이 제가 여기 고용된 줄 아는 것 같아서.” “여기 고용된 사람은 나야.” 오르는 자기 앞치마 주머니에서 연필을 꺼냈다. 렌은 그 앞치마가 자기가 피하려던 자리를 구체적인 물건으로 보여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아요.” “그럼 됐어. 학생이어도 물건 들고, 내가 수업 들을 일 있으면 책 펴는 거지.” 그 말로 용서가 끝났는지 렌은 알 수 없었다. 오르는 다시 작업을 시작했고 그에게 더 반성문을 요구하지 않았다. 렌은 상자를 들지 않고 옆에 서 있었다. “다른 걸 도와드릴까요?” 오르는 일감 목록을 보았다. “할 일이 없는데 만들 필요는 없고.” 그는 벽 한쪽에 세워 둔 금속틀을 가리켰다. “네가 알아 두면 좋을 건 있어. 실습에 계속 들어갈 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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