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KOYO 원래 이야기

이름이 올라간 날

아카데미편 한 권 초안 · 1–14장과 네 결말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정식 출간 전 검토본입니다.

점심은 네 사람이 한 탁자에서 먹었다. 토마가 쟁반을 놓자마자 렌이 가운데를 비웠다. 그곳에 작은 종이 한 장을 세웠다. 어제 밤에 써 둔 것이었다. ‘대표 실습조 식사’. 니아가 물병을 가져와 종이 앞에 놓았다. 글자가 가려졌다. “마실래?” “나중에.” “그럼 옆으로 비켜 줘. 내 쟁반이 안 들어가.” 렌은 종이를 접어서 쟁반 아래 넣었다. 에드가 수프를 뜨면서 말했다. “대표는 아직 확정 안 됐어.” “예비 명단도 명단이야.” “그래. 그래서 내가 여기 앉았지.” 에드는 니아에게 점검 기록의 사본을 달라고 했다. 니아는 빵을 삼킨 뒤 종이를 건넸다. 둘은 평소보다 오래 같은 종이를 봤다. 렌은 자신이 차린 자리가 아니더라도 이 탁자에서 유용한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애썼다. “공식 연습에 들어가면 적어도 조작 순서는 직접 볼 수 있어.” 에드가 말했다. “현행 제어판을 못 보고 옛 도면만 들고 싸우면 교수님은 다른 버전이라고 할 거야.” “연습 시간에는 기록 대조할 시간이 없어.” 니아가 말했다. “주문 순서 익히고 위치 바꾸고 장치 맞추면 끝이야. 부하를 따로 걸어서 확인할 수도 없고.” “그래도 현장에 있는 편이 낫지.” “현장에 있는데 뭘 보고 있는지는 중요해.” 둘은 렌을 설득하려는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았다. 자기 시간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를 계산하는 사람들이었다. 니아는 이번 평가 성적이 좋았어도 학기말 합동 실습의 점수가 따로 들어간다고 했다. 에드에게는 공개 시연이 처음으로 가족 이름 없이 자기 주문을 보여 줄 기회였다. 토마는 안정기를 공개 시험에 사용하려면 그 전날까지 수정해야 했다. 어느 쪽도 남는 시간을 빌려 주는 것이 아니었다. 렌은 수프 표면에 떠 있는 작은 기름 고리를 숟가락으로 모았다. “대표로 들어가서, 점검 자료도 보고, 둘 다 하면 되지 않을까.” 토마가 자기 수업표를 꺼냈다. 정규 수업 칸과 준비 시간 칸이 빼곡했다. 니아가 그 옆에 열람실 운영 시간을 놓았다. 에드가 공개 리허설 일정을 올렸다. 세 종이의 빈칸은 거의 겹치지 않았다. “너 혼자 밤에 할 수 있어도,” 니아가 말했다. “입회할 사람이 없어. 벽 속 배선을 네가 혼자 뜯어 보면 그건 점검 자료가 아니라 새 사고야.” 렌은 숟가락을 놓았다. “밤에 벽을 뜯겠다는 말은 안 했어.” “그럼 지금 가능한 두 개를 봐.” 그는 종이들을 보았다. 명단에 이름이 실린 채 앞에서 서는 시간과, 명단을 놓고 뒤쪽의 기록을 보는 시간이 정확히 같은 곳에 겹쳐 있었다. 식사가 끝난 뒤 렌은 쟁반 밑의 작은 종이를 꺼냈다. 수프가 모서리에 조금 스며들어 있었다. 그는 ‘대표’를 접어서 가리고 ‘실습조 식사’만 보이게 만들었다. 이미 아무도 자리에 남아 있지 않았다. 오르의 창고에는 오후 빛이 빗겨 들어왔다. 문 위의 방울이 울리자 안쪽에서 먼저 목소리가 나왔다. “오늘은 반납할 게 없을 텐데.” “사람이 꼭 물건 때문에 와야 합니까?” 오르가 작업대에서 고개를 들었다. 렌은 그 말 뒤에 붙일 내용을 준비하지 못했다. “공개 실습 대표 예비 명단에 올랐습니다.” “봤어. 사다리 옮기는 시간은 못 쓰겠군.” “그냥 사다리 옮기는 역할은 아닙니다.” “내 창고 사다리 말이야.” 렌은 목 뒤를 만졌다. 오르는 조그만 황동 걸쇠를 천으로 닦고 있었다. 그가 기름 묻은 손으로 명단을 붙여 주거나, 자랑스럽다고 말할 거라고 렌은 잠깐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그런 생각은 들키지 않은 채로도 부끄러웠다. “교수님한테 표찰 얘기는 했습니다.” “잘했네.” “확인 요청을 적으셨어요.” 오르는 걸쇠를 뒤집었다. “요청이라.” 말끝에 붙은 것은 비웃음보다 피로에 가까웠다. 렌은 창고 입구에 서 있는 사다리를 보았다. 한쪽 발 아래 접은 가죽이 끼워져 있었다. 발이 고장 난 게 아니라 돌바닥의 높이가 달랐다. 오르는 그곳을 지날 때마다 발끝으로 가죽이 움직이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기록을 대조하면 알아낼 수 있습니까?” “교체 전 도면, 교체한 물건, 실제 물린 곳. 셋을 맞춰 봐야지. 둘만 맞으면 내가 틀렸는지 종이가 틀렸는지 모른다.” “하루면 됩니까?”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는지 알려면 먼저 열어 봐야 해.” 렌은 손바닥을 펼쳤다. 오르가 그것을 봤다. “아직 저려?” “안 저립니다.” “손을 보는 건 저리는 사람들 버릇이야.” “그럼 아주 조금.” 오르는 걸쇠를 내려놓고 렌의 손을 억지로 만지는 대신 손목을 한 번 돌려 보라고 했다. 힘줄을 쓰는 방향에 따라 저림이 달라졌다. 무거운 것을 드는 일과 비틀어지는 틀을 오랫동안 그대로 붙드는 일은 다르다고 그는 다시 말했다. 렌은 이미 들은 말이라고 하지 않았다. “대표가 되면 사람들이 보는 데서 일을 하겠지.” 오르가 말했다. “보는 사람이 많으면 빨리 끝내고 싶어진다. 그럴 때 손이 말을 듣는지 먼저 확인해.” “충고하는 걸 싫어하시는 줄 알았는데요.” “내 장비 망가지는 걸 더 싫어해.” 렌은 창고 사다리를 한 손으로 들어 가죽 조각 위에 정확히 내려놓았다. 오르는 고맙다고 하지 않고 아래를 보았다. 사다리가 흔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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