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KOYO 원래 이야기

이름이 올라간 날

아카데미편 한 권 초안 · 1–14장과 네 결말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정식 출간 전 검토본입니다.

렌은 게시판 앞에 선 사람들의 등을 보고 좋은 소식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쁜 소식일 때 학생들은 그렇게 오래 서 있지 않았다. 확인하고, 욕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누군가 웃었고 누군가는 자기 이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입학 첫날처럼 종이에서 잉크 냄새가 났다. 그는 곧장 들어가지 않았다. 식당 쪽으로 두 걸음 더 갔다가, 우연히 지나는 사람처럼 몸을 돌렸다. 오른손에는 빵 봉투가 있었다. 왼손은 주머니 안에 넣었다. 창고에서 무거운 틀을 붙들었던 손가락의 저림은 거의 가셨다. 빵을 집을 때 엄지가 약간 늦게 따라오는 정도였다. “뭐가 붙었나?” 바로 앞의 학생이 옆으로 비켰다. 렌은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빨리 공지를 보게 됐다. 「학기말 공개 실습 — 대표 실습조 예비 명단」 니아, 에드, 토마, 그리고 렌. 렌은 먼저 성을 확인했다. 혹시 같은 이름의 다른 학생이 있을 수 있었다. 렌이라는 이름은 특별한 이름이었지만 다른 집 부모들이 좋은 이름을 알아보지 못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명단의 마지막 줄에는 성 대신 괄호가 붙어 있었다. 렌(조건부 실습생·물리 장치 담당). 그는 그 줄을 한 번 더 읽었다. 지우고 싶은 단어가 두 개 있었으나 이름 자체는 분명히 다른 세 명과 같은 크기였다. 다른 색 잉크도 아니었다. 안전 주의사항 아래의 별지에 붙은 이름도 아니었다. “봤네.” 토마가 뒤에서 말했다. 그는 명단이 아니라 아래쪽의 준비물 항목을 보고 있었다. “아직 자세히 안 봤어.” “빵 떨어뜨렸는데.” 렌은 발치의 빵을 주웠다. 봉투에서 빠져나온 둥근 빵에는 게시판 아래의 가느다란 모래가 붙어 있었다. 그는 털어 내고 봉투에 도로 넣었다. “놀라서 그런 건 아니고, 봉투 구조가.” “내 건 안 줘도 돼.” 두 사람은 잠시 나란히 공지를 읽었다. 공개 실습은 유리탑에서 열린다. 학부모와 후원자, 진로를 고르는 예비 지원생들이 온다. 학생이 만든 작은 주문은 탑 안의 모형 지형과 표적을 움직인다. 잘 만든 파이어볼 한 개로 사람을 감탄시키는 데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었다. 파이어볼이 제대로 날아가야 했고, 감탄하는 사람들이 타지 않아야 했다. 대표는 두 번째 조건까지 보여 주는 사람이었다. 렌의 머릿속에서는 벌써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불렀다. 누군가는 오늘 처음 듣고, 누군가는 입학식 때의 그 사람이라고 알아보았다. 박수 뒤에는 질문이 있었을 것이다. 왜 지팡이를 쓰지 않느냐, 무영창은 어디서 배우느냐.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답을 준비할 수 있었다. 마나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과 자기에게 아무 기술도 없다는 주장은 같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 질문하는 사람이 그 차이를 알아들을 때까지 떠나지 않아야 했다. “괄호는 설명을 붙이려다 보니 길어진 거겠지.” 토마가 고개를 돌렸다. “내 이름은 아무 설명도 없네.” 그 목소리에는 부러움이 아니라 정말 조금 섭섭한 기색이 있었다. 렌은 토마의 이름으로 시선을 올렸다. 맞았다. 안정 장치를 만든 학생은 토마였는데, 명단에는 그 공로가 없었다. “네 것도 붙여 달라고 할까?” “그러면 더 복잡해지잖아. 준비물에 내가 만든 장치가 들어 있어. 그걸로 됐어.” 토마는 준비물 맨 끝의 ‘학생 제작 안정기 한 점’을 짚었다. 그리고 자기가 만든 물건이 ‘점’으로 불리는 것을 처음 알았다는 듯 웃었다. 렌은 봉투에서 모래가 안 묻은 빵을 골라 내밀었다. 이번에는 이유를 붙이지 않았다. 토마가 받았다. 설명회는 빈 실습실에서 열렸다. 세라는 책상 네 개를 따로 놓았다. 렌이 붙여 놓으려 하자 그녀가 분필 상자를 가운데 내려놓았다. “오늘은 조별 연습이 아니라 개인 동의 받는 날이에요.” “가까이 앉으면 동의가 더 잘 되죠.” “그래서 떨어뜨려 놨어요.” 렌은 책상 한 개를 원래 자리보다 조금 가까운 곳에 두고 앉았다. 에드가 들어와 남은 거리를 보고는 자기 책상을 반 뼘 뒤로 밀었다. 니아는 서류를 펼쳤다. 토마는 빵을 다 먹지 못해 가방 위에 올려놓았다. 벨 교수는 유리탑 축소도를 들고 왔다. 탑의 겉면은 실제 유리가 아니라 빛을 통과시키는 마도 석재였다. 안쪽 세 구역은 교체식 칸막이로 나뉘어 있었다. 공개 실습에서는 세 조가 순서대로 주문을 넣고, 모형 지형이 받아서 하나의 장면을 만들었다. 탑 위로 뜨는 불꽃은 2클래스 파이어볼 그 자체가 아니라 방벽에 비친 모양이었다. 출력은 낮고, 효과는 컸다. 벨은 원뿔 지붕을 떼어 탁자에 놓았다. “마법을 크고 무섭게 보이게 만드는 자리가 아닙니다. 배운 것을 어디까지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자리예요.” 렌은 그 말을 써 두었다. 교수의 말은 나중에 자기 차례에 다시 사용해도 자연스러울 것 같았다. “대표 학생은 구역 제어실 교육을 받습니다. 정해진 조작과 시연용 우회 절차만. 인증 봉인을 임의로 변경할 권한은 없어요.” “출입증은 이름으로 나오나요?” 렌이 물었다. “네.” “담당도 나오고요?” “네.” “담당을 조금 포괄적으로 적을 수 있을까요.” 벨이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세라가 펜을 들었지만 쓰지는 않았다. “물리 장치 담당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유리탑이라는 큰 맥락에서는 다 물리적이니까.” “마나 계통 조작은 제외됩니다.” 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알고 있는 것을 사람들이 자꾸 새로 가르쳐 주려 할 때가 가장 곤란했다. 그런 수업에는 배우는 척하는 것 말고 할 일이 없었다. 니아가 손을 들었다. “세 구역을 마지막에 같이 쓰나요?” “마지막 합동 시연에서만.” “첫 점화 수업의 표적 오류는 해결됐습니까?” 교수의 시선이 세라에게 갔다. 세라는 준비해 둔 기록지를 꺼냈다. A에 들어간 짧은 불꽃이 B에서 발현한 날의 중지 기록이었다. 주문자는 규정 출력 아래였고, 외부 마나 유입은 없었다. 기록의 마지막 줄은 ‘해당 구간 단독 시험, 재현되지 않음’이었다. “그날 이후로 같은 사고는 없었습니다.” 벨이 말했다. “그날 이후로 두 구간을 연결해서 시험하지 않았습니다.” 니아가 말했다. 책상 네 개가 따로 놓인 방에서 그 말은 렌의 예상보다 크게 들렸다. 벨은 화를 내지 않았다. 기록을 받아 날짜와 점검 서명을 차례로 보았다. 그가 종이에 적힌 사실을 읽는 동안 렌은 자기 이름이 있는 명단을 봤다. 두 장의 종이는 같은 서류철에 들어 있었다. “구형 표찰도 있습니다.” 토마가 말했다. “제가 상자에서 챙겼다가 지금은 오르 씨 회수품 서랍에 맡겨 둔 겁니다. 교체 뒤 붙은 숫자하고 위치가 다릅니다.” “표찰 교체는 정비용 번호를 바꾼 것으로 보고받았어요.” “번호만 바뀐 건지, 물린 곳이 바뀐 건지는 아직 몰라요.” 토마는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닫았다. 확실하지 않은 부분을 더 말하면 자신이 아는 부분까지 함께 흐려지는 것을 그는 싫어했다. 렌은 왼손을 주머니에서 뺐다. “비상 손잡이는 공급을 다 끊어야 돌아갑니다.” “그렇습니다.” “잠겨 있을 때 힘으로 먼저 돌리면 잠금은 부서져도 남아 있는 마나가 다른 쪽으로 갈 수 있어요. 오르 씨한테 배웠습니다.” 그의 이름보다 물리 장치 담당이라는 말이 먼저 떠올랐지만, 이번에는 꺼내지 않았다. 벨은 서류의 빈칸에 짧게 적었다. ‘표찰 대응 확인 요청’. 렌은 교수의 펜이 종이를 떠날 때까지 보았다. 요청은 지시와 다른 단어였다. “확인해야겠군요. 다만 지금 세 사건을 같은 고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점화 표적, 교체 표찰, 정상적인 비상 잠금. 세 가지가 한 시설에 있다는 것만으로 원인이 같아지지는 않아요.” “그래서 자료가 필요해요.” 니아가 말했다. “자료는 정비실에 있습니다.” “학생이 열람할 수 있는 겁니까?” 벨은 다시 세라를 보았다. 이번에 세라는 바로 답했다. “이전 도면과 교체 기록은 신청해서 볼 수 있습니다. 공식 제어실은 대표 교육 때만 들어갈 수 있고요. 두 개는 출입 절차가 다릅니다.” 렌은 서류철 속의 자기 이름을 한 번 더 보았다. 설명회가 끝나자 문 옆에 학생 하나가 서 있었다. 그는 빈 동의서를 들고 있었고, 방 안의 책상을 세어 보는 듯했다. 렌은 자신도 입학 첫날 그런 얼굴로 서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가 곧 지웠다. 자신은 좀 더 당당했을 것이다. “대기 명단인가?” 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는 생각보다 바빠. 한 번 올라가는 게 아니고, 준비가 많아.” “알아요.” “사람들이 기대도 하고.” “그래서 해 보고 싶어서요.” 렌은 자신이 어느 쪽으로 대화를 끌고 가고 있었는지 알아차렸다. 어렵다고 말하면 상대가 스스로 물러설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면 자신의 자리도 조금 더 대단해졌다. 학생은 아직 돌아가지 않고 빈 동의서를 손가락으로 펴고 있었다. “저 안에 조교님 계셔.” 렌이 말했다. 학생이 지나가자 렌은 문을 잡아 주었다. 그가 안으로 들어간 뒤에야 손을 놓았다. 대기 명단의 사람도 자기 시간표와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렌이 선택을 늦추는 동안에는 그 사람도 어느 종이에 이름을 쓸지 정할 수 없었다. 렌은 문 너머로 학생이 연습 가능한 시간을 말하는 것을 들었다. 자신의 이름이 지워진 뒤에 생길 자리에도 이미 다른 사람의 하루가 준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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