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편 한 권 초안 · 1–14장과 네 결말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정식 출간 전 검토본입니다.
금속은 손바닥 안에서 조금씩 움직였다. 렌은 처음에는 틀이 내려오는 힘만 생각했다. 붙들고 나니 옆으로 미는 힘도 있었다. 왼쪽 손목이 바깥으로 꺾이려 했다. 그는 오른발을 반 뼘 옮기고 팔꿈치를 몸 쪽으로 붙였다. 오르가 바닥의 선을 가리켰다.
“발 그 위에 놓지 마. 덮개야.”
렌은 발을 옮겼다. 덮개는 멀쩡해 보였으나 사람과 틀의 무게를 한꺼번에 받을 물건은 아니었다. 힘이 세다고 바닥까지 강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좋아. 거기.”
오르는 렌을 붙잡거나 등을 두드리지 않았다. 한 번 잘못 건드리면 균형이 달라질 수 있었다. 대신 틀 양쪽의 움직임을 보고 어느 쪽에 무게가 더 실리는지 말했다.
니아가 관측 위치에서 돌아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높았다. 말을 빨리 하려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린 듯 숨을 한 번 쉬고 다시 말했다.
“새 공급은 멈췄어. 세 공급부와 연결부에 남아 있는 걸 순서대로 비워야 해.”
“그럼 이제 손잡이 돌리면?” 렌이 물었다.
그는 답을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도 같은 답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아직.” 니아가 말했다.
“알았어.”
그 답이 짧아서 좋았다. 길게 설명하는 동안 렌은 손가락을 바꿔 잡고 싶었을 것이다. 오르는 비상 손잡이의 봉인 줄이 멀쩡한지 확인했다. 누구도 그것을 뜯지 않았다.
에드가 서비스 공간의 문턱을 넘어왔다. 그는 한쪽 손에 지팡이를, 다른 손에 접힌 운영지를 들고 있었다. 운영지는 땀에 젖어 접힌 곳이 찢어지려 했다. 에드는 그것을 바닥에 놓지 않고 벽의 건조한 선반 위에 펼쳤다. 토마는 안정기를 그 아래 놓았다. 이제 모두가 같은 좁은 공간을 쓰고 있었다.
렌은 웃으며 말하려 했다.
“이렇게 다 모이면 조별 모임이지.”
문장의 마지막은 평소보다 작았다. 아무도 웃을 준비를 하지 않았다. 토마가 렌의 발 가까이 놓인 가방을 옆으로 옮겼다. 니아는 답 대신 그의 팔이 걸리지 않을 자리에 섰다. 에드는 앞으로 할 일을 보고 있었다.
렌은 그 침묵이 자신을 무시해서 생긴 것이 아님을 알았다. 지금 그가 말하면 사람들이 들어야 했고, 그래서 불필요한 말도 자리를 차지했다. 그는 입을 다물었다.
전달관을 통해 세라의 목소리가 들어왔다. 먼저 바깥 인원 확인 결과를 알렸다. 그다음 벨의 상태를 말했다. 교수는 지상 연결부에서 4~5클래스 수준의 복합 방벽을 유지하고 있었다. 정확한 구조를 모르는 렌에게도 그 일이 쉬운 동작이 아니라는 것은 보였다. 바깥쪽 빛의 선이 계속 바뀌었고, 한 선이 흔들리면 다른 선이 자리를 메웠다.
벨이 그 방벽을 버리고 안으로 들어오면 모든 문제가 빨리 해결될 것이라고 렌은 잠깐 생각했다. 그러다가 탑의 마나가 바깥 정상 계통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상상했다. 아카데미에는 지금도 다른 수업을 하는 방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교수님은 못 들어오시는군요.” 렌이 말했다.
세라가 답했다.
“바깥 확산을 막고 있어요. 안쪽 상태를 알려 주면 차단 순서를 감독하실 수 있어요. 제가 전달할게요.”
그것은 구하러 올 어른이 없다는 말이 아니었다. 어른이 다른 쪽 끝을 붙들고 있다는 말이었다. 렌은 그 차이를 수업 때보다 빨리 이해했다.
니아는 관측한 창과 남은 빛의 상태를 전달했다. 에드는 제어판에서 어떤 명령을 넣었는지 순서대로 말했다. 토마는 안정기의 원래 눈금과 보조 눈금이 얼마나 다르게 움직이는지 설명했다. 오르는 틀의 움직임과 수동 통로 폭을 전했다. 렌의 차례가 왔다.
“지지점 두 곳을 잡고 있습니다. 통과할 폭은 유지됩니다.”
“손 상태는요?” 세라가 물었다.
렌은 평소 같으면 괜찮다고 먼저 말했을 것이다. 지금은 손가락에 감각이 있는지 한 번씩 느껴 보았다.
“아직 잡을 수 있습니다. 왼손이 조금 저립니다.”
오르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세라는 같은 문장을 벨에게 전달했다. 렌이 말한 ‘아직’을 빼지 않았다.
토마는 장치에 손을 대기 전에 모두에게 말했다.
“변화 폭만 줄일게. 공급을 없애는 건 아니야.”
렌은 고개를 움직이지 않고 들었다. 지금은 토마의 말이 잘 들렸다. 힘주어 발표하려는 목소리가 아니라 물건을 정확히 만지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바늘의 움직임이 조금 느려졌다. 빛은 꺼지지 않았다. 토마는 그것을 성공이라고 불렀다. 렌은 멈추지 않은 바늘을 보며 그 말이 맞다는 것을 이해했다. 어떤 성공은 문제가 사라지는 모양이 아니라 문제가 보이는 모양으로 왔다.
오르는 서비스 공간의 옆 칸에서 쐐기 두 개와 넓은 받침판을 가져왔다. 렌은 그 물건들을 보고 무심코 숨을 놓으려 했다. 오르가 먼저 고개를 저었다.
“손 놓을 물건은 아니야. 바닥을 지킬 거야.”
틀의 무게가 렌의 발을 거쳐 같은 두 지점에 집중되고 있었다. 돌바닥의 줄눈 하나에서 가는 가루가 났다. 오르는 렌이 한 발씩만 아주 조금 옮길 수 있는지 물었다. 틀을 위로 들거나 옆으로 비틀지 않고 무게를 나눌 수 있어야 했다.
렌은 바로 가능하다고 하지 않았다. 왼발로 체중을 옮겨 보았다. 오른쪽 지지점이 내려가려 했다. 그는 원래 자세로 돌아왔다.
“그냥은 안 됩니다.”
에드가 옆의 임시 방벽을 한 줄 보강했다. 기계 하중을 전부 대신 받는 마법은 아니었다. 옆으로 미는 흐름을 잠깐 줄여 렌이 발을 바꿀 시간을 만들었다. 니아가 잔량 변화가 커지지 않는지 확인했다. 오르는 준비됐다고 말한 뒤에만 판을 넣었다.
“지금.”
렌은 오른발을 한 뼘도 안 되는 거리만큼 옮겼다. 판이 발밑에 들어왔다. 그 위로 체중을 옮기는 순간 무릎이 조금 떨렸다. 왼발 쪽에도 같은 절차를 반복했다. 네 사람이 몇 번의 짧은 말을 주고받아 그를 겨우 넓은 판 위에 세웠다.
렌은 이제 바닥 가루가 더 생기지 않는 것을 보았다.
“이러면 오래 가겠네요.”
“바닥이.” 오르가 말했다.
렌은 웃으려다가 숨을 먼저 골랐다. 자기 몸의 시간은 여전히 따로 흘렀다.
토마는 장치 상자의 빈 뚜껑을 뒤집어 작은 물건들을 모았다. 나사 하나가 바닥으로 굴러가려 하자 즉시 잡았다. 누구의 발밑에라도 들어가면 안 됐다. 그는 렌에게 물을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지금 축하 잔이라도?”
토마는 대답하지 않고 물병의 마개를 땄다. 렌은 자기가 말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턱을 조금 들어도 틀은 움직이지 않았다. 토마가 병을 기울였고 렌은 두 모금만 마셨다. 물이 입가로 조금 흘렀다. 토마는 닦아 주지 않았다. 렌도 닦을 손이 없었다.
그는 물 한 줄기가 턱을 따라 내려가 셔츠 목 안으로 들어가는 감각을 그대로 느꼈다. 남들 앞에서 보기 좋은 자세가 아니었다. 그래도 다시 숨을 쉬기가 조금 쉬워졌다.
“고마워.”
토마가 병을 닫았다.
이번에는 아무도 그 말 뒤에 다른 뜻을 찾지 않았다.
세라는 전달관으로 내부 이동 동선을 다시 물었다. 오르는 지금 렌이 붙들고 있는 틀이 낮은 연결로 하나를 열어 두고 있다고 답했다. 다른 수동 문도 있지만 세 공급을 안전하게 다루기 전에는 무리하게 열 수 없었다. 이 틀을 완전히 올리거나 부수면 옆의 봉인 지지대가 함께 당겨질 위험이 있었다.
렌은 양쪽 끝을 보았다. 쇠기둥과 벽 사이에 얇은 빛의 선이 있었다. 처음에는 장식인 줄 알았던 선이었다. 어떤 곳은 부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부숴도 되는 곳이 되지 않았다.
니아가 종이에 선을 하나 추가했다. 지금 안전하게 오갈 수 있는 길이었다. 출구는 멀리 있는 큰 문만이 아니라 서로의 위치를 끊지 않고 이어 주는 좁은 공간이기도 했다. 렌은 손바닥으로 그 폭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