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편 한 권 초안 · 1–14장과 네 결말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정식 출간 전 검토본입니다.
발표 전날, 받침의 한쪽 발이 부러졌다.
렌이 단상을 흉내 내려고 탁자 두 개를 붙이다가 장치를 옮겨 놓은 쟁반을 건드린 것이었다. 받침은 바닥에 떨어지지 않았다. 렌이 잡았다. 다만 떨어지기 전에 너무 세게 잡았다. 얇은 다리 하나가 손가락 모양으로 접혔다.
토마는 금속 조각을 손에 올려놓고 한동안 보았다. 렌은 바로 고쳐 주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수리와 할 수 없는 수리가 있다는 것을 그 방에서 이미 몇 번 배웠다.
“재료 사 올게.”
“문 닫았어.”
“창고는?”
“오르 씨 허락 있어야 해.”
렌은 외투를 입었다. 토마가 시계를 보았다.
“지금 가면 혼날 거야.”
“내가 혼나면 되지.”
실제로 혼났다. 오르는 문을 열어 주었지만 렌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손에 든 장치를 작업대에 놓으라고 했다. 부러진 것을 계속 쥐고 있으면 어디서 꺾였는지 더 알아보기 어려워진다는 이유였다. 렌은 빈손으로 서서 빌릴 부품과 손상 경위를 적었다. 오르는 얇은 금속판 하나와 줄, 작은 죔쇠를 내주었다. 다음 주 도구 반납 시간도 적었다.
“혼자 힘으로 해결 못 하니까 왔겠지.”
오르는 장부의 남은 칸을 가리켰다.
“그럼 누구 도움이 들어갔는지도 적어.”
렌은 부품 제공과 공구 대여 옆에 관리인의 이름을 넣었다. 방으로 돌아왔을 때 토마는 부러진 다리가 없어진 높이에 맞춰 다른 세 발을 다시 재고 있었다. 렌은 문 앞에서 장부를 보여 주었다.
“도구도 빌렸어. 내가 부러뜨린 걸로 적었고.”
토마는 장부를 읽었다. 숨을 한 번 길게 내쉰 뒤 의자를 발로 밀어 주었다.
“여기 앉아서 이 부분 잡아 줘. 세게 말고, 움직이지 않게만.”
렌은 손가락 두 개로 틀을 잡았다. 힘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자 오히려 손이 흔들렸다. 토마가 손목 밑에 접은 천을 넣어 주었다. 금속을 가는 소리가 방을 채웠다. 렌은 발표 대본을 읽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입김이 금속 가루를 날릴 것 같아 가만히 있었다.
한참 뒤 토마가 새 다리를 끼웠다. 받침은 더 안정적으로 섰다. 하지만 흰 깃의 움직임은 전보다 늦었다. 토마는 아주 얇은 판을 하나 더 깎았다. 렌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지 않았다.
“내일 질문을 받으면 이 부분부터 설명해야 해.” 토마가 말했다. “조금 단단해졌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야. 움직여야 하는 부분까지 단단하면 표시가 늦어.”
렌은 그 말을 대본의 여백에 적었다. 처음으로 대본보다 장치가 먼저였다.
발표 당일 대기실에는 의자가 부족했다. 렌은 자기 순서가 올 때까지 서 있겠다고 했다. 품위를 위해서라고 덧붙이지 않으니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토마는 앉아서 장치의 흰 깃을 가는 솔로 털었다.
앞 조가 들어갔다. 설명자는 바람의 방향을 표시하는 천 리본을 보여 주었다. 시연자가 주문을 너무 세게 넣어 리본이 설명자의 입에 붙었다. 대기실 학생들이 웃다가 그 조가 다시 시도해 성공하자 박수를 쳤다. 렌은 웃음도 성공도 다 발표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자기 차례에는 웃음 없이 성공만 있었으면 했다.
토마가 솔을 상자에 넣었다.
“내가 설명할게.”
렌은 자기 대본을 보았다.
“질문 시간에?”
“처음부터. 다리가 부러진 거랑, 왜 새로 만든 게 처음엔 안 됐는지. 내가 말하면 돼.”
토마의 손이 조금 떨렸다. 장치를 만질 때는 거의 보이지 않던 떨림이었다. 렌은 그 손을 보고 돕겠다는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러면 토마가 무엇을 원했는지 못 들은 사람이 될 것 같았다.
렌의 이름이 대기실 문밖에서 불렸다. 벨은 조 이름을 아직 받지 못했으므로 제출자 이름으로 불렀다. 렌은 그게 자기 조라는 뜻으로 들려 잠깐 기분이 좋았다. 곧 토마가 상자를 혼자 들고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토마는 칭찬을 더 받게 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 자기 입으로 설명하겠다고 했다. 렌은 접은 대본이 손바닥에 남긴 선을 문질렀다.